월가 기관 트레이더, 현직에 계신 분의 생생한 글 / 스타쉽 발사성공, 그리고 공중폭발

https://twitter.com/NathanYJLee/status/1649054432741707776?s=20
 
*23.4.20의 위의 트윗을 인용한 글이다. 더 자세한 글은 위의 링크을 따라 글을 읽어야 한다.*

처음 월가 트레이딩 플로어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을 당시, 기관 트레이더들은 금융시장을 예측하는 정교한 비법을 갖고 있다 생각했었음.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지만, 블룸버그 터미널 상 수 많은 숫자들을 응시하는 트레이더들을 보며 시장 패턴을 읽어내고 있구나 하고 혼자 지레짐작 하기도 했다.

 

몇날이 지나 블룸버그에 능숙하게 집어넣을 수 있는 명령어가 손가락 갯수 총 합을 넘길 즈음에도 여전히 내 눈에는 시장을 예측하는 비밀은 보이지 않았고 시장에서 돈을 버는 방법을 배우기까진 긴 시간만이 남아있으리란 생각이 들게 되어 팀 시니어에게 더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당신은 시장을 어떻게 예측하느냐 라는 내 질문에 돌아온 답은 '난 예측 못하는데?' 예측을 못하면 어떻게 시장에서 돈을 버냐고 되묻자 재차 돌아온 답은 '예측 없이도 수익을 내야 한다'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역시 찐고수는 겸손하구나 라는 망상을 하며 더 묻지 않았다.

 

몇 달이 더 지나고, 전형적인 트레이딩 플로어의 도제식 (잡일에 갈아넣고 그 대가로 어깨너머 배움을 허락하는) 가르침을 통해 드디어 트레이딩 플로어에서 비즈니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되자 결국 의문은 풀렸다. 금융 시장에서 밥 벌어 먹는 사람들은 예측을 하지 않는다.

 
다만 비효율과 니즈를 찾아 사업을 꾸릴 뿐이었다. 팀 마다, 부서마다 차이는 있지만 핵심은 일정하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솔루션을 제시하고, 시장에서 존재하는 비효율에서 기회를 수익화. 쉬운 이해를 위해 당시 있었던 데스크의 사업 모델을 예시로 가져와보자면...
 
데스크는 신용디폴트스왑 (CDS)를 모아 파생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팀이였다. 어렵게 들리겠지만 원리는 의외로 간단. CDS = 특정 사업체가 망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 계약인데 우리 팀은, 이 CDS를 여러 개 모아 포트폴리오를 꾸려서, 포트폴리오를 횡으로 잘라 조각낸다

횡으로 자른 포트폴리오의 맨 밑부분을 주니어, 중간 부분을 메자닌, 윗 부분을 시니어 트란치라고 부른다. 용어가 복잡해 보이지만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맨 밑단인 주니어 트란치는 포트폴리오 내 CDS 수익을 곱절로 받는 대신 종목 중 어느 하나라도 도산하면 그 피해를 제일 먼저 가져간다
 
쉽게 말해 수익 많이 몰아받는 대신 원금손실 위험이 큼. 주니어 트란치가 다 터져 버리면 그 다음부터 발생하는 피해는 메자닌이, 메자닌도 다 터지고 나면 시니어 트란치가 먹기 시작한다. 당연히 초반 수익률 설정은 메자닌이 주니어보단 작지만, 시니어보단 높다. 위험과 수익이 비례해야 하니까.
 
여기서부터 재밌는 다이나믹이 존재한다. 주니어와 시니어 트란치는 각각 수요처가 존재한다. 주니어 = 위험하지만 수익률이 높으니, CDS 개별종목을 잘 이해하여 레버리지 배팅을 원하는 헤지펀드가 선호 시니어 = 매 종목이 왕창 터져야 손실이 발생하니까 왠만해선 안전. 보험사/자산운용사 선호
 
그래서 주니어와 시니어 트란치는 원하는 사람들에게 비싸게 마진 붙여 팔아먹을 수 있다 문제는 메자닌 파트인데.. 이 메자닌을 파는 방법은 간단하다. 메자닌을 살 만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고' 떠넘긴다. 주니어와 시니어 트란치에서 거둔 수익의 일부분을 떼어서.
 
결국 데스크는 시장에 존재하는 다양한 니즈를 파악해서 (개별종목 이해도를 바탕으로 한 레버리지 배팅 + 상대적으로 종목 리스크에서 안전한 배팅 + 돈 받고 리스크 테이킹) 그 니즈에 대한 금융 솔루션을 제시해 비즈니스를 꾸렸을 뿐이다.
 
이렇게 소싱한 포트폴리오를 쪼개 다 팔면, 리스크는 0으로 수렴하고 마진이 남는다. 이렇게 하는 과정에서 시장을 예측하려는 시도도, 과도한 리스크 테이킹을 하는 부분은 없다. 기껏해야 메자닌이 안 팔릴 때 짧은 기간동안 홀딩하고 리스크를 헤징하거나, 포트폴리오 소싱 타이밍을 조절하는 정도
 
물론 디테일로 들어가면 카운터파티 리스크라던지, 마진관리 등 복잡한 부분이 남아있지만 전략의 본질은 그대로. 시장 내에서 존재하는 니즈, 그리고 그 니즈를 투자자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비효율이 존재하기에 시장 전문가들은 적절한 솔루션을 비즈니스화 해서 '지속적인' 장사를 할 수 있다
 
시장 방향성을 예측해서 배팅을 하거나, 개미 포지션을 어떻게든 읽어내 악용하는 식으로는 지속적인 비즈니스를 꾸릴 수 없다. 개인 취미 목적에서야 그리 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회사를 운영할 땐 (특히 큰 규모일수록) 계획화 할 수 없거나 꾸준할 수 없는 사업은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
 
김 새지만 금융시장 내 프로의 영역에서조차,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화려한 기술이나 야수의 심장을 가진 배팅이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신기하게 그때부터 커리어 성장이 빨라졌.

노이즈가 사라지자 본질에 집중해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금융 시장을 관통하는 원리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니즈와 솔루션.

그 이상 숨겨진 무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그 생각을 버리는 것 부터가 시장을 이해하는 시작이라고 생각함.
 
쓰레드를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스크롤을 올려 맨 위 트윗을 라이크+리트윗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용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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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witter.com/SawyerMerritt/status/1649045302408540161?s=20
 
스페이스엑스의 스타쉽이 한국시간 4.20 11시경 발사되었다.
 
https://twitter.com/johnkrausphotos/status/1649047541651210244?s=20

 
가장 크고 가장 파워풀한 스타쉽인데,
발사는 성공했고, 중간에 폭발하였다.
 
그런데, 폭발 사진조차도 예술이다.

https://twitter.com/DrEcsta/status/1649185201703235585?t=Qj0wRZmFt5H5BSfjUVie0g&s=19

트위터에서 즐기는 Heewon Jung

*위의 트윗인용*

"쾌락은 왜 시들해지는가 - 유전자 전파에 도움이 되는 행동에는 먹기, 섹스,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것, 경쟁 상대를 제압하는 것 등이 있다.... 만약 당신이 자연선택이라는 설계자라면 어떤 방식으로 유전자를 최대한 많이 퍼뜨리는 생명체를 만들 것인가?...

첫째, 목적을 달성했을 때 쾌락을 느껴야 한다. 둘째, 쾌락이 영원히 지속되면 안 된다. 셋째, 쾌락이 곧 시들해진다는 사실보다 목적 달성에 쾌락이 따른다는 사실을 더 크게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음식과 섹스, 사회적 지위 등을 '정말 좋아서' 추가할 것이다.

위의 세 가지 설계 원칙을 종합하면 붓다가 진단한 인간의 곤경에 대한 꽤 그럴듯한 그림이 그려진다. 그렇다, 붓다는 말하기를 쾌락은 일시적이며 이런 사정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불만족한 상태에 처한다고 했다."
<불교는 왜 진실인가, 로버트 라이트>

"우리는 정크푸드를 먹으면 순간적으로 만족감을 느낀다. 하지만 몇 분만 지나면 공허감 때문에 또 먹고 싶어진다. 이 사례는 두 가지 이유에서 먼저 논의하기에 적합하다.

1) 우리가 빠져 있는 미망(delusion)이 얼마나 미묘한 성격인지 보여준다. 물론 설탕 도넛 여섯개를 한 번에 먹어치울 때 빠진 미망은 나를 구세주라고 여기는 과대망상이나 스파이가 나를 살해한다는 피해망상만큼 거대하고 명백한 미망은 분명 아니다. 사실 미망의 여러 원천은 미망(delusion)이라기보다 환영(illusion)에 가깝다.

2) 정크푸드의 사례는 감각 쾌락에 관한 붓다의 가르침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붓다의 가르침의 핵심은 결국엔 일시적일 수 밖에 없는 감각 쾌락에 강하게 끌리는 인간 내면의 일반적 역동이다. 우리가 구하는 쾌락은 빠르게 사라지며 결국에 더 큰 쾌락을 갈망하게 된다는 것이 붓다가 전하는 메시지다....

여기서 고통(suffering)이라는 단어는 원래 둑카(dukkha)라는 팔리어의 번역오러서 불만족(unsatisfactoriness)으로 번역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한다... 모든 갈망에 공통되는 환영(illusion)의 요소가 있다면 무엇일까? 그것은 갈망의 대상이 가져다줄 행복을 과대평가하는 인간의 성향이다...

이런 태도의 근저에는 오랫동안 추구한 목표를 달성해 정상에 닿기만 하면 마음을 놓을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모든 것이 적어도 지금보다는 지속적으로 더 나은 상태일 거라는 암묵적 믿음이 깔려 있다."

(같은 책에서)

https://twitter.com/DrEcsta/status/1608435822835159041?t=bG1EJob4-POHCt6yoLJzQQ&s=19

트위터에서 즐기는 Heewon Jung

사람 뇌는 쾌락을 반복적으로 접하면 주관적 쾌락의 감도(예민성)을 급격히 낮춰버리는 특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더 맛있는 음식, 술, 더 자극적인 영상을 아무리 본다 하더라도 쾌락의 총량은 전체적으로 늘이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굵고 짧게 즐기면서 산다는 말은

실제로는 허구이며, 작동하지 않는다. 굵게 즐기려 해도, 실제 즐기는 양은 어차피 원점으로 회복하고, 대신 가속노화에 의해 삶의 질만 급격히 떨어질 뿐이다. 오히려 즐거움을 좇지 않는 경박단소한 삶의 방식을 택하면 가속노화를 예방하면서도, 실제 누리는 즐거움의 양에도 변화는 없다.

플랫폼 경제와 소비자본주의는 사람들을 가속노화에 빠뜨려, 판단력을 마비시키고 즐거움을 더 좇게 만들며 비즈니스를 유지한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즐거움의 원리와 반대급부의 스트레스호르몬이 가속노화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이런 환경일 수록, 우리는 자극원을 탐닉하는데 쓰는 시간을 줄이고, 그렇게 비워낸 공간을 마음챙김, 몰입, 자연스러운 식사, 다면적 운동 등의 건강한 활동을 꾸준히 채워넣어야 한다. 그래야만 가속노화의 불씨가 타오르는 것을 제어할 수 있다. 이런 삶은 자연스레 몸과 마음을 부자로 만들어준다.